언제나 그리운 어머니의 품같은

거룩한 교회, 그대가 그립습니다.


타락한 천사처럼

날개는 꺾이고 벌거벗은 몸, 얼어붙은 땅으로 추방당했지요.

털퍼덕 땅에 떨어져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기 직전

그대는 나를 고이 받아 품었습니다.


가시 투성이 나의 마음은 흉물스러운 발톱을 세웠고

썩어가는 육신에서는 시궁창 냄새... 

깊이 패인 상처는 짓무르고, 살점은 뚝뚝 떨어져 나가는데

왜 나는 아픈지도 모르고 살았을까요?


그대는 어떻게 가시 투성이 오물 덩어리인 나를 품었을까요?

억년이 지나야 닳기 시작한다는, 야수의 발톱이 무디어질 때까지

그대는 어떻게 참았나요?


그대는 나를 당신의 가장 안전하고 부드러운 곳에 착상시켰습니다.

나의 조그만 떨림으로도 당신의 몸은 산산이 찢어져 누더기가 되었지만

그럴수록 당신은 더욱 부드러운 가슴으로 안아주었습니다.

채찍, 대못, 창, 치욕으로 만신창이가 된 십자가의 품으로...


나는 그 안에서 다시 태어났지요.

나는 당신을 닮아 뼈없는 연체동물처럼 가시나 칼을 지니지 않습니다.

물과 함께 낮은 곳을 향해 흐르고, 물처럼 낮은 곳에 머뭅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나를 경계하지 않으며 부러워하지도 않습니다.

나는 그들이 귀하게 여기는 것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 또한 세상에서 자유롭습니다.

천국의 부를 알았으니 가난하지 않고

천군의 힘이 있으니 폭력이 두렵지 않으며

계시를 깨달으니 세상 지혜가 그처럼 어리석어 보이고

한 세상 삶의 가장 고귀한 가치는 생명에 있음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대의 품에서 다시 태어나 첫 울음에 마셨던 공기는

하나님께서 태초에 불어 넣으셨다는 생명의 숨이었습니다.

가녀린 호흡과 작은 맥박으로

흙으로 빚은 몸의 모든 입자들이 영원한 것으로 치환되고

생명과 에너지로 충만해졌을 때,

나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하늘에서 처럼 땅에서 산다는 뜻을...


이제야 그대를 사랑하게 되었군요.


가시는 없지만 가시관을 쓸 수 있으며

칼은 없지만 품어 감쌀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빛은 아니지만 불태울 몸이 있습니다.

불꽃처럼 타올라 연기처럼 없어지렵니다.

땅에 미련이 없으니 영웅호걸처럼 남기려하지도 않습니다.


오직 한 가지

좁다아란 길을 종종걸음으로 걸으면서 갖는 조바심은...


세상을 홀연히 벗어나

당신과 신비로운 융합을 이루는 그 날을 

나는 이리도 처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룩한 교회, 그대가 그립습니다.